👁‍🗨 CULTURE/📍 book

[독서] 24년 1분기에 읽은 책

나무울 2024. 5. 23. 22:41



 

24년 1분기에는 총 10권의 책을 읽었다.

장르별로 분류해 보면 소설 6권, 사회/정치 2권, 경제/경영 2권을 읽었다.

지나고 보니 그 어느 때보다 소설을 열심히 읽은 시기라는 생각이 든다. 재밌는 소설을 읽고 싶었는데, 기대를 충족하는 작품을 만나지 못해 자꾸자꾸 찾아 읽은 것 같다.

소설 외의 책들은 내게 배움의 관점에서 새로운 깨달음을 줬다. 이런 책은 읽고 난 이후에 바로 삶에 적용해 봐야 하는데, 실천이 영 쉽지가 않다. 그래서 배움만 주는 책들은 언제나 빠르게 잊히고, 잊기 어려울 정도의 감동을 느낀 책들만 기억에 남나 보다.

 

 


 

 

너무 시끄러운 고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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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시끄러운 고독
현대 체코 문학의 거장 보후밀 흐라발의 장편소설 『너무 시끄러운 고독』. 저자 본인이 ‘나는 이 작품을 쓰기 위해 세상에 나왔다’고 선언할 만큼 그의 정수가 담긴 작품이며 필생의 역작이라 불릴 만한 강렬한 소설로, 많은 독자와 평단의 사랑을 받았다. 삼십오 년간 폐지 압축공으로 일해온 한탸라는 한 늙은 남자의 생애를 통해 책이 그저 종이쪼가리로 취급받게 된 냉혹한 사회에서 살아가는 한 인간의 정신 상태를 섬세한 문체로 그려내고 있다. 끊임없이 노동해야 하는 인간, 그리고 노동자를 대신하는 기계의 등장 이후 인간 삶의 방식의 변화, 인간성과 실존에 대한 고뇌 등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소설의 화자인 한탸는 어두침침하고 더러운 지하실에서 맨손으로 압축기를 다루며 끊임없이 쏟아져들어오는 폐지를 압축한다. 천장에는 뚜껑문이 있고 그곳에서는 매일 인류가 쌓은 지식과 교양이 가득 담긴 책들이 쏟아져내린다. 니체와 괴테, 실러와 횔덜린 등의 빛나는 문학작품들은 물론, 미로슬라프 루테나 카렐 엥겔뮐러가 쓴 극평들이 들어 있는 잡지들까지. 한탸의 임무는 그것들을 신속히 파쇄해서 압축하는 일이지만 그는 파괴될 운명인 폐지 더미의 매력에 이끌린다. 그는 쏟아지는 책들을 읽고 또 읽으며 ‘뜻하지 않게’ 교양을 쌓게 된다. 한탸는 마치 알코올처럼 폐지 속에 담긴 지식들을 빨아들인다. 귀한 책들은 따로 모으다보니 그의 아파트는 수톤의 책으로 가득차 있다. 여차하면 무너질 듯이 아슬아슬하게 쌓인 책들은 그의 고독한 삶에서 나름의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유일한 즐거움이다. 마치 시시포스의 신화처럼 끊임없이 노동을 지속해나간다. 그 일을 견디려면 매일 수리터의 맥주를 마셔야 할 정도로 고되지만, 그는 삼십오 년간 그 일을 해왔으며, 퇴직하게 된다 해도 압축기를 구입해 죽는 그 순간까지도 그 일을 하기를 꿈꾼다.
저자
보후밀 흐라발
출판
문학동네
출판일
2016.07.08

 

한줄평: 다시 읽어보니 문장의 섬세함이 느껴지고 시대적 배경과 화자의 고통이 깊게 와닿았다.

나는 새로운 삶에 절대로 적응할 수 없을 것이었다. 코페르니쿠스가 지구가 더는 세상의 중심이 아니라는 걸 밝혀내자 대거 자살을 감행한 그 모든 수도사들처럼. 그때까지 삶을 지탱해 준 세상과는 전혀 다른 세상을 그들은 상상할 수 없었던 거다.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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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
20대 내내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매일같이 옷을 사 모으던 저자는 어느 날 해외의 패스트패션 매장을 방문했다가 충격과 의아함을 느낀다. “마음에 쏙 드는 패딩을 하나 발견했다. 부드러운 솜털과 깃이 가득한 패딩. 가격표를 뒤집어 확인해보니 1.5달러였다. 우리나라 돈으로 2000원도 안 되는 가격이었다. [……] 넌 어떻게 지하철 요금보다 싼값으로 여기에 온 거니? 이게 가능한가?” 그는 이 사건을 계기로 새 옷 사기를 그만두기로 결심하고, 패션이라는 명분하에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착취적 현실을 탐구하기 시작한다. 5년째 제로웨이스트 의생활을 몸소 실천하며 해양환경단체 시셰퍼드 코리아에서도 활동 중인 저자는 옷이 생산·유통·폐기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갖가지 악영향을 여과 없이 고발한다. 하지만 자기 혼자 새 옷을 사지 않는다 한들 옷으로 인해 벌어지는 숱한 문제를 해결할 순 없음을 인정하며 자신은 여전히 예쁜 옷을 보면 시선을 빼앗기기 일쑤라고 고백한다. 이렇듯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에는 패션업계 안팎의 현실에 대한 고발뿐 아니라 저자의 딜레마와 노하우도 두루 담겨 있어, 스타일과 환경 보호를 나란히 추구하려는 독자들이 거창한 결심이나 배경지식 없이도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최근 동물권과 환경에 관심 있는 이들이 늘어나며 비건 식생활이나 제로웨이스트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정보와 노하우가 활발히 공유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 환경에 가해지는 악영향이 그에 못지않음에도 우리의 의생활에 관한 이야기는 지금껏 자주 다뤄지지 않았다.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는 이와 비슷한 갈증을 느끼며 실천의 방도를 찾던 독자들에게 친절한 안내서가 되기에 충분하다.
저자
이소연
출판
돌고래
출판일
2023.11.01

 

한줄평: 의류 소비가 일으키는 연쇄적인 악영향에 대해 알게 되자 죄책감과 함께 물욕이 사라졌다. 

더 절망적인 것은 오늘 생기는 쓰레기가 앞으로 생길 쓰레기 중 가장 적은 양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템스강의 작은 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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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스강의 작은 서점
스웨덴에서 12만 부 이상 판매된 『템스강의 작은 서점』은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 프리다 쉬베크(Frida Skybäck)의 장편소설이다. 런던의 오래된 서점을 배경으로, 소중한 것을 지키려는 사랑스러운 인물들의 이야기가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펼쳐진다. 스웨덴에서 자신의 이름을 건 회사를 운영하던 샬로테는 태어나 한 번도 본 적 없던 이모가 자신에게 런던 한가운데에 있는 서점을 물려주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서점을 팔기 위해 샬로테는 런던으로 향하고 사라 이모가 살던 서점 위층의 작은 집에서 한 남자의 사진, 그리고 편지가 담긴 상자를 발견한다. 예상치 못한 일의 연속 속에서 샬로테는 위기에 처한 서점을 구하려고 고군분투하고, 퍼즐을 맞추듯 숨겨져 있던 비밀에도 점차 다가간다.
저자
프리다 쉬베크
출판
열림원
출판일
2023.10.05

 

한줄평: 작가의 생생한 런던 묘사 덕분에 런던 여행을 즐기는 기분을 느꼈고, 몰입도 높은 이야기 덕분에 다른 생각으로부터 벗어나 책에 집중할 수 있었다.

아무리 일찍 일어나 나와봐도 누군가는 먼저 깨어 있었다. 런던은 절대로 잠드는 법이 없는 도시 같았다.

 

 


 

 

진화된 마케팅 그로스 해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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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된 마케팅 그로스 해킹
평범한 당신이 천재 사업가를 이길 수 있는 전략, 그로스 해킹(Growth Hacking) *** 역대 최고의 마케팅 도서 10선 - Economictimes(2023.02.21) *** 당신이 알아야 할 2021년 최고의 마케팅 도서 20선 - builtin.com(2021.05.25) *** 스타트업 필독서 10선 - Futurestartup(2021.05.23) 페이스북, 구글, 아마존 에서는 다른 버전으로 운영하는 ‘실험’을 한 해 1만 개 이상 (동시에) 진행한다. 실험에 기반하면, 도박을 하듯 잘 될거야라며 근거없는 ‘직관’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검증된 결과’에 따라 최적의 방안을 찾을 수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요즈음 1만 시간의 노력으로 천재의 수준이 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럴 필요도 없다. '실험' 결과를 따르면 된다. 기존의 마케팅 프로세스와는 다르게,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여 제품이나 서비스에 반영하고, 고객을 끌어모으고 더 자주 이용하게 만들어 수익을 창출하는 모든 과정을 ‘실험’에 기반하여 가장 진화된 방식으로 ‘빠르게’ 진행하는 프로세스와 철학이 바로 그로스 해킹(growth hacking)이다. 저자인 션 엘리스(Sean Ellis)가 이 방법의 개념과 용어를 최초로 제안했으며,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을 1조원 가치의 회사로 5개나 키워냈고 자신의 사업도 성공적으로 일구며 이 기법을 개척했다. 그로스 해킹의 엄청난 잠재력을 느낀 저자는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정립할 필요성을 느껴 책을 집필했다. 그가 1조원 회사 5개를 키워내며 체득한 비결을 이 책에서 낱낱이 보여준다. 이 책을 읽고나면 개인 사업가든 큰 기업이든, 그로스 해킹을 실행하지 않고서는 이제 경쟁 자체가 불가능함을 알게 될 것이다. “그로스 해킹은 시장 진출의 영역에서 완전히 새로운, 엄청난 힘을 가진 접근법이지만 최적의 효과를 내기 위해 이 접근법을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모든 유형의 기업에 몸담은 마케터와 매니저, 프로젝트 개발자, 창립자, 혁신가들이 자신의 팀이나 회사에서 그로스 해킹에 착수할 때 이용할 수 있는 명확한 실행 지침서를 쓰기로 결정했다.” - [ 진화된 마케팅 그로스 해킹] p.30
저자
션 엘리스, 모건 브라운
출판
골든어페어
출판일
2017.11.01

 

한줄평: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빠르게 적용하고 분석하여, 핵심 지표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방법.

더 많은 실험을 할수록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정말 단순하다. 실험에서는 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부분의 실험이 기대한 결과를 내는 데 실패하기 때문이다.

 

 


 

 

햄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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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
부왕의 죽음과 삼촌 클로디어스의 왕위 계승, 어머니 거트루드와 삼촌의 결혼이라는 잇단 사건 속에서 괴로워하는 덴마크의 왕자 햄릿에게 어느 날 아버지 혼령이 나타난다. 혼령은 클로디어스가 자신을 독살한 뒤 어머니마저 빼앗았다는 말을 하며 복수를 명령한다. 그러나 비정한 클로디어스의 죄악에 대한 복수의 칼은 공교롭게도 연인이 었던 오필리어의 아버지 폴로니어스를 찌르고, 이 때문에 오필리어는 미쳐서 물에 빠져 죽고 아들 레어티스는 복수를 맹세한다. 클로디어스는 이 복수심을 이용해 두 사람이 대결하도록 만들지만, 햄릿과 레어티스, 거트루드와 로니어스 모두가 복수의 재물로 사라지면서 희곡은 막을 내린다.
저자
윌리엄 셰익스피어
출판
펭귄클래식코리아
출판일
2014.04.18

 

한줄평: 솔직한 나의 결론은 ‘심금을 울리는 고전인지는 모르겠다’다.

사느냐, 죽느냐ㅡ 그것이 문제구나. 가증스러운 운명의 돌팔매와 화살을 그냥 참는 것이 고귀한 행동일까, 아니면 밀물처럼 밀려드는 역경에 맞서 싸워 이기는 게 더 고귀한 행동일까. 죽는 것은 잠드는 것ㅡ 그뿐이다.

 

 


 

 

세상의 경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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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경계에서
장벽으로 둘러싸인 안락한 도시 와일리시티는 엘드리지 연구소가 개발한 평행우주 횡단 기술로 더욱더 부를 축적해 나간다. 그러나 횡단자의 안전한 이동을 위해서는 다른 세계에서 살아가는 또 다른 자신의 죽음이 전제되어야 했다. 절대다수의 세계에서 사망한 최적의 횡단자 카라가 척박한 고향 애시타운을 떠나 와일리시티에 정착하려 한 지도 벌써 6년째, 새로이 방문한 지구에서 뜻밖의 인물과 마주하면서 그녀의 운명은 예상치 못했던 방향으로 흘러간다.
저자
미카이아 존슨
출판
황금가지
출판일
2023.02.28

 

한줄평: 등장인물이 많고 다수의 세계를 횡단하며 이야기가 진행되다 보니, 전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주의 깊은 읽기가 필요했는데, 과정에서 자잘한 반전부터 인상적인 반전까지 다채로운 요소들이 있어 지루하지는 않았다.

이토록 불행한 우리는 왜 그렇게 오래 사는 것에 집착할까? 오래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무탈한 삶은 축복이 아니다. 편안한다고 행복한 것은 아니다. 살아 있는 것만으로는 아무 의미가 없다. 때때로 편히 살려는 바람에 비참해지기도 한다.

 

 


 

 

설명하기 지친 사람을 위한 데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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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하기 지친 사람을 위한 데이터
90년생은 국민연금은 못 받을까? 다양성이 사라진 미국 대법원은 어떻게 될까? 불안한 사회를 설명하기에 기사 한 편은 짧다. 기사를 읽어도 읽어도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만 알게 될 뿐이다. 《설명하기 지친 사람을 위한 데이터》는 우리 삶에 닿아 있는 데이터를 통해 우리 사회를 설명한다.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인상했을 때의 시나리오를 시각화하고, 미국 대법관의 정치 성향을 수치화한다. 복잡해 보이던 이슈가 명확해진다. 그리고 설명은 쉬워진다. SBS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의 뉴스레터 〈마부뉴스〉 중 불안, 다양성, 환경, 미래 등 사회 갈등의 중심에 있는 키워드를 골라 엮었다. 불필요한 논쟁은 걷어 내고 의견에 설득력을 더하는 방법을 알려 준다.
저자
스브스프리미엄, 안혜민
출판
스리체어스
출판일
2023.08.02

 

한줄평: 옳다고 믿는 방향성에 대해 확고함과는 별개로, 내가 틀린 건 아닐까 하는 불안함이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이러한 불안이 많이 해소됐다.

이렇게 고도화된 인공지능은 인류가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뚝딱뚝딱 만들어 내는 혁명적인 기술인 걸까요? 아니면 점점 고도화되는 기술둘을 조금 더 다듬은 훌륭한 서비스일까요?

 

 




빅데이터 시대, 성과를 이끌어 내는 데이터 문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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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시대, 성과를 이끌어 내는 데이터 문해력
나완 상관없을 것 같았던 인공지능부터 시작해 데이터와 관련된 수많은 이야기가 주변에서 쏟아져 나옵니다. 모르면 뒤처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부터 앞섭니다. 데이터 활용 능력은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 중요해질 것입니다. 통계나 분석학과 같은 학문부터 파이썬, R과 같은 프로그래밍까지, 이러한 지식이나 기술을 모른다면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을까요? 이미 기계가 압도적으로 잘하는 일이 많은 세상입니다. 하지만, 기계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오늘 처음 만난 상대에게 광범위하고 객관적인 주장을 합리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효과적인 도구가 바로 데이터입니다. 절대적인 정답이 존재하지 않을 때, 당신은 어떻게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상대에게 전달하고 이해시킬 수 있을까요? 데이터에서 찾아낸 인사이트를 자신의 결론으로 이끄는 이야기로 만드는 능력이 바로 데이터 문해력입니다. 목적과 문제를 올바른 데이터와 연결해서 가치 있는 결론을 낼 수 있도록 하는 사고방식과 기술을 안내합니다.
저자
카시와기 요시키
출판
프리렉
출판일
2021.03.05

 

한줄평: 앞으로 데이터 분석이 필요한 시점이 찾아오면 나는 무엇을 알고 싶고 무엇을 해결하고 싶은지를 먼저 생각하게 될 것 같다.

논리적인 흐름과 구조에 대해 생각하는 것에 비하면 구체적인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즐겁고 편하므로 이를 우선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해결 방안’을 고민하는 것은 마지막 단계라는 것을 언제나 염두에 두시기 바랍니다.

 

 


 

 

종의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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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 기원
펴내는 작품마다 압도적인 서사와 폭발적인 이야기의 힘으로 많은 독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아온 작가 정유정의 장편소설 『종의 기원』. 전작 《28》 이후 3년 만에 펴낸 이 작품을 작가는 이렇게 정의한다. 평범했던 한 청년이 살인자로 태어나는 과정을 그린 ‘악인의 탄생기’라고. 이번 작품에서 작가는 미지의 세계가 아닌 인간, 그 내면 깊숙한 곳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지금껏 ‘악’에 대한 시선을 집요하게 유지해온 작가는 이번 작품에 이르러 ‘악’ 그 자체가 되어 놀라운 통찰력으로 ‘악’의 심연을 치밀하게 그려보인다. 영혼이 사라진 인간의 내면을 정밀하게 관찰하고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며 그 누구도 온전히 보여주지 못했던 ‘악’의 속살을 보여주고자 한다. 가족여행에서 사고로 아버지와 한 살 터울의 형을 잃은 후 정신과 의사인 이모가 처방해준 정체불명의 약을 매일 거르지 않고 먹기 시작한 유진은 주목받는 수영선수로 활약하던 열여섯 살에 약을 끊고 경기에 출전했다가 그 대가로 경기 도중 첫 번째 발작을 일으키고 선수 생활에 종지부를 찍었다. 한없이 몸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약과 늘 주눅 들게 하는 어머니의 철저한 규칙, 그리고 자신을 마음대로 조종하는 듯한 기분 나쁜 이모의 감시 아래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없었던 유진은 가끔씩 약을 끊고 어머니 몰래 밤 외출을 하는 것으로 위안을 삼아왔다. 이번에도 매일 먹어야 하는 약을 며칠간 끊은 상태였고, 그래서 전날 밤 ‘개병’이 도져 외출을 했었던 유진은 자리에 누워 곧 시작될 발작을 기다리고 있다가 자신의 집에 양자로 들어와 형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해진의 전화를 받는다. 어젯밤부터 어머니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집에 별일 없는지 묻는 해진의 말에 자리에서 일어난 유진은 피투성이인 방 안과, 마찬가지로 피범벅이 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한다. 핏자국을 따라, 아파트 복층에 있는 자기 방에서 나와 계단을 지나 거실로 내려온 유진은 끔찍하게 살해된 어머니의 시신을 보게 되는데…….
저자
정유정
출판
은행나무
출판일
2016.05.16

 

한줄평: 타인은 깊은 고민 없이 살해하는 주인공이 스스로는 어떻게든 삶의 이유를 찾아내며 끈질기게 생을 이어나가려는 점이 인상 깊었다.

나는 물을 틀어놓고 얼굴을 씻기 시작했다. 낯선 모습을 지우듯, 구석구석 꼼꼼하게 문질렀다. 손가락이 닿는 곳마다 통증이 일어났다. 내 삶이 잿더미가 됐다는 새삼스러운 자각이 따라왔다. 수납장에서 마른수건을 꺼내 얼굴을 닦고 욕실 문 앞에 내던졌다. 꾹꾹 밟아서 발바닥의 물기를 닦았다. 고슬고슬한 수건의 현실적인 감촉이 현실적인 생각을 불러왔다. 밑에서 해진이 기다린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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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2
한국 단편문학의 어제와 오늘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이 한자리에 모였다. 올해로 23회째를 맞이하는 이효석문학상 선정은 오정희, 구효서, 김동식, 편혜영, 이경재가 심사위원단이 되어 진행되었다. 김멜라, 김지연, 백수린, 위수정, 이주혜, 정한아의 작품을 최종심에 올렸고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김멜라 작가의 〈제 꿈 꾸세요〉가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대상 수상작 〈제 꿈 꾸세요〉는 주인공 ‘나’가 죽음의 가이드 ‘챔바’를 만나 다른 사람의 꿈속으로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다. ‘나’는 자신의 죽음을 알리는 것에 집중하지 않고 오히려 내 곁에 있는 사람이 “일어났을 때 웃게 되는 꿈”을 꾸게 하도록 시도한다. “악몽의 형식이 아니라 귀엽고 사랑스럽고, 또 가장 복된 방식”(편혜영)을 취하는 이 소설은 죽음을 무겁게 말하지 않고 있다. 귀여운 ‘챔바’를 따라 곁에 있는 사람들의 꿈을 차례로 방문하려는 ‘나’를 보며 우리는 오늘 밤 “좋은 꿈”꾸는 사람이 되고 싶어진다. “맑은 마음들이 만나지면서 깨끗하고 아름답게 다가오는 작품”(오정희)이며, 어쩌면 망자들이 저세상에서 보내는 산뜻하고 다정한 안부임을, 이 소설이 대신 말해주고 있다. 대상 수상작가 김멜라의 자선작으로 신작 〈메께라 께라〉 발표! 기수상작가 이서수의 자선작 〈연희동의 밤〉 수록!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2》는 대상 및 우수상 수상작 총 6개 작품 이외에도 대상 수상작가와 기수상작가의 자선작이 수록되어 알찬 구성을 이뤘다. 기수상작가 이서수 소설가는 2021년 이효석문학상 대상 수상 이후 장편소설 《헬프 미 시스터》를 출간하며 2021년 이효석문학상 대상 수상 당시 “세대 간의 가족 얘기를 노동과 버무려서 쓸” 예정이라고 말했던 포부를 지켜냈다. 자선작 〈연희동의 밤〉은 우연히 연희동 LP바에서 정태춘의 노래 ‘92년 장마, 종로에서’를 들은 계기로 썼다. 지금 이 시대를 두고 “기념비를 세우는 게 촌스러워진 시대”라고 말하는 주인공 ‘나’를 통해 N포 세대를 넘어 현실적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젊은 층의 시대상을 소설 속에 적극 반영한다. 대상 수상작가 김멜라 소설가의 자선작 〈메께라 께라〉는 어느 지면에도 발표한 적 없는 신작이다. 동생이 태어나기 전까지 잠깐 동안 주인공 ‘나’(소낭)는 제주도 “오름 어느 옴팡진 데”에 살고 있는 꾸모(할아버지)에게 맡겨지고 ‘안나 여사’와 ‘옥토끼’를 만나 하루하루를 보낸다. 제목에서처럼 “메께라”는 “어머나!” 하고 놀라는 감탄사로 자주 쓰이는 제주 사투리다. ‘나’는 “오름의 말”(제주 사투리)을 전부 알아들을 수 없지만 낯선 곳에서 ‘안나 여사’와 ‘옥토끼’가 부르는 노래로 한마음이 되고 만다. 소설 속 제주 사투리는 입말로 살려두었다. ‘나’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말의 뜻을 유추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걸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노랫말처럼 끝나지 않고 연결될 것이라는 희망을, 마침내 “내 마음의 옴팡진 곳”에 고인 기억이 추억이 될지 모른다는 믿음을, 갓 태어난 동생 ‘오롬’이의 존재를 인정하고 이해하고자 하는 용기를.
저자
김멜라, 김지연, 백수린, 위수정, 이주혜, 정한아
출판
생각정거장
출판일
2022.09.22

 

한줄평: 김멜라의 소설은 매번 작가만의 개성이 보이면서도 비슷하지 않은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는 생각이 든다.

세모는 아랫배가 볼록했고 같은 디자인의 안경 여러 개를 번갈아 꼈으며 키스할 때 가끔 사랑니 썩은 냄새가 났다. 나는 그 냄새도 좋았다. 나밖에 맡지 못하는 냄새니까. 세모의 왼쪽 뺨에 난 손톱자국과 아래쪽 어금니 옆에 눕듯이 난 이도 좋았다. 웃는 입처럼 생긴 그 흉터를 나는 ‘웃는 아이’라고 불렀다. 비뚤게 난 아랫니는 ‘누운 아이’라고 이름 붙였다. 세모가 나를 서운하게 대할 때면 나는 세모에게 아이들을 보여달라고 졸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