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ULTURE/📍 book

[독서] 24년 2분기에 읽은 책

나무울 2024. 7. 20. 13:31

 

 

 

24년 2분기에는 총 14권의 책을 읽었다.

장르별로 분류해 보면 소설 4권, 사회/정치 3권, 경제/경영 2권, 만화 2권, 에세이 1권, 자기 계발 1권, 인문 1권을 읽었다.

트레바리를 시작하면서 아주 오랜만에 일과 관련된 책을 읽고 긴 분량의 독후감을 작성했다. 재미 목적의 책은 아니다 보니 독서의 즐거움을 잊지 않기 위해 다양한 장르와 주제의 책도 함께 읽었다. 때때로 독서에 흥미가 떨어질 때면 얇은 책을 들고 다니며 핸드폰이 지겨워지는 순간 몇 장이라도 읽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분기에 가장 좋았던 책은 일과 관련된 책(일을 잘한다는 것)이지만, 독서의 즐거움을 잊지 않기 위해 열심히 읽다 보니 상반기 독서 경험이 풍부해졌다.

 

 


 

 

마케팅 설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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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설계자
1000억 원 규모의 마케팅 기업을 단숨에 일궈내며 마케팅의 새로운 신화로 떠오른 러셀 브런슨의 ‘스타트업의 과학’ 시리즈 첫 책이다. 첫 광고 카피를 쓰는 순간부터 고객이 구매 버튼을 누르는 마지막 순간까지 모든 판매 과정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마케팅 시스템의 설계법을 차근차근 알려준다. 애써 만든 광고를 사람들이 클릭하지 않아서 낙담한 적 있는가? 광고를 본 사람은 많은데 구매율이 떨어져서 당황한 적 있는가? 진짜 문제는 카피도, 방문자 수도, 전환율도 아니다. 마케팅의 모든 과정이 하나의 치밀한 프로세스로 설계되었는지가 문제다. 이 과정을 이해하면 고객은 반드시 당신이 만든 길을 따라 온다. 『마케팅 설계자』는 포화된 시장에서 소비자 심리의 치밀한 분석과 가치 상승 전략으로 판매의 전 과정을 하나의 자동화된 ‘마케팅 시스템’으로 설계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이 시스템에는 잠재고객이 구매하기까지의 여정을 뜻하는 ‘세일즈 퍼널’과 고객을 더 높은 가치와 가격의 상품으로 유도하는 ‘가치 사다리’라는 두 가지 핵심 전략이 절묘하게 맞물려 있다. 그 안에서 좋은 카피와 많은 방문자 수와 높은 구매율은 따로 생각할 수 없다. 이 모든 요소들의 정교한 조합은 구식 카탈로그에 머물러 있던 판매 채널을 마케팅 기계로 탈바꿈시킨다. 새로운 고객을 거의 무제한으로 맞아들이고, 이들을 충성고객으로 바꾸는 일을 자동화하는 것이다. 끊임없이 묘수를 탐색해야 하는 마케터들도, 온라인 비즈니스에 처음 도전하는 사람들도 차근차근 따르기만 하면 마케팅의 시작부터 끝까지 완성된 시스템을 만들 수 있도록 구성했다. 잠재고객이 얼마나 관심 있는지 ‘방문자 온도’ 측정하기부터, 고객의 심리를 간파해 만드는 맞춤형 퍼널 페이지 제작, ‘매력적인 캐릭터’ 전략을 활용한 지속적인 구매 유도까지 마케팅의 전 과정에서 누구나 즉각 응용할 수 있는 팁들이 가득 담겨 있다.
저자
러셀 브런슨
출판
윌북
출판일
2022.12.30

 

한줄평: 상품이든 서비스든 직접적으로 판매하지 않는 입장에서는 단계별 지침들을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아리송하다.

당신이 애써 만든 퍼널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문제는 후크나 스토리나 제안에 있다. 만약 누군가가 나에게 의뢰하면서 10만 달러를 준다면, 나는 그 사람의 퍼널 단계들부터 먼저 살필 것이고, 그런 다음에는 “문제는 후크나 스토리나 제안에 있군요”라고 말할 것이다. 그리고 결국에는 이것들을 더 낫게 만드는 방법을 함께 고민할 것이다.

 

 


 

 

꿰맨 눈의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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꿰맨 눈의 마을
한국문학의 새로운 작가들을 만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 [자음과모음 트리플 시리즈]의 스물두 번째 안내서. 제2회 황금가지 타임리프 공모전에서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로 우수상을, 제4회 교보문고 스토리 공모전에서 『시프트』로 대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조예은의 첫 번째 연작소설집 『꿰맨 눈의 마을』이 자음과모음 트리플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섬뜩하면서도 독창적인 호러 소설로 많은 사랑을 받아온 작가 조예은이 이번에는 바이러스로 뒤덮여 종말을 맞이한 세계를 환상적으로 그려낸다. 갑자기 나타난 ‘저주병’으로 괴물이 되어버린 사람들과 살아남은 이들의 작은 세계인 ‘타운’에서 벌어지는 세 편의 소설은 우정과 사랑, 모험에 대한 이야기이자 세상의 모든 ‘다름’에 대한 조예은의 애틋한 전언이다.
저자
조예은
출판
자음과모음
출판일
2023.12.15

 

한줄평: 중반까지는 익숙한 소재와 낯선 전개가 흥미진진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몰입도가 떨어짐을 느꼈다. 

어쩌면 일종의 반전일지도 모른다. 공포와 절망을 예측하기가 훨씬 쉬운 장르적 설정에서 중요한 사람들을 하나씩 ‘미지’라는 새로운 안전지대로 대피시키는 전략 말이다.

 

 


 

 

일인칭 가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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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인칭 가난
올해 26살인 저자는 2019년까지 20여 년간 국민기초생활수급자로 살아왔다. 하지만 자신이 한국의 가난을 대표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덜 가난해서가 아니라 가난의 양태가 가지각색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철저히 일인칭으로 쓰였다.
저자
안온
출판
마티
출판일
2023.11.24

 

한줄평: ‘가난의 당사자’가 직접 ‘가난’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점이 무엇보다도 좋았다.

한번 맛보면 가난의 맛은 잊히지 않는다. 그 정도 수입이면 넉넉한 편이라고 주위에서 날 추어올려도 내 기분은 전혀 넉넉하지가 않다. “가난은 헤어나기 힘든 것이다. 그 인력에서 벗어나려 최선을 다해 노력하지만 그것은 헤어날 길 없이 우리를 집어삼킨다.”

 

 


 

 

훅 : 일상을 사로잡는 제품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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훅: 일상을 사로잡는 제품의 비밀
‘훅(Hooked)’이란 뭔가를 대단히 즐기고 거기에 빠져 있다는 의미다. 이 의미를 살려 저자는 인간-컴퓨터 상호작용, 소비자 심리학, 행동경제학 분야의 연구들과 다양한 컨설팅 경험을 토대로 훅 모델을 고안했다. 즉 기업이 만든 제품이나 서비스에 사람들이 푹 빠져서 결국 습관처럼 사용하게 만드는 디자인 전략이다. 훅 모델은 트리거, 행동, 가변적 보상, 투자라는 4단계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이 과정을 제대로 반복하기만 한다면 기업이 원하는 대로 사용자의 ‘습관’을 만들 수 있다. 아이폰의 카메라, 트위터의 공유 버튼, 아마존의 가격 비교, 핀터레스트의 스크롤링 등은 사용자의 문제를 재빨리 감지해 해결책을 제시한 기업들의 영리한 결과물들이다. 모두 훅 모델의 4단계 과정을 훌륭하게 실천한 사례이기도 하다. 훅 모델을 통해 세계 최고 기업들이 어떻게 사람들의 사고와 행동을 움직였는지 그 메커니즘을 생생하게 이해하라. 사람들 곁에 오래도록 머무는 제품 혹은 서비스를 만들고 싶은 경영자, 개발자라면 훅 모델의 4단계 과정을 지금 바로 실천할 것을 권한다.
저자
니르 이얄
출판
유엑스리뷰(UX REVIEW)
출판일
2022.05.18

 

한줄평: 어떤 상황도 결국엔 적응하는 인간의 흥미를 잡아두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변화해야 한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가변적 보상은 훅 모델의 세 번째 단계로 종족 보상(타인과의 유대를 통해 강화되는 사회적 보상을 추구), 수렵 보상(물질적 자원 및 정보를 추구), 자아 보상(탁월함, 유능함, 성취감 같은 본질적 가치를 추구)이라는 3가지 형태를 취한다.

 

 


 

 

더티 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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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티 워크
눈앞에 더러운 것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아마도 우리는 즉시 고개를 돌려버리거나 얼른 자리를 옮길 것이다. 사실 “지저분하거나 끔찍한 것을 목격하지 않으려는 욕망 자체는 새롭지 않다.”(31~32쪽) 우리 사회는 혐오스럽고 오염된 것을 부단히 ‘뒤편’으로 격리시켜왔다. ‘문명화’의 이름은 물리적으로 더러울뿐 아니라 규범 문화에서 벗어나거나 ‘야만적’인 모든 부적절한 것들을 허용하지 않는다. 미국 사회 역시 불결한 것들을 ‘치워버림’으로써 번듯하고 깨끗해졌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알고 있다. 그 존재는 보이지 않을 뿐,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오늘날 비가시화된 더러운 존재들은 어디로 갔는가? 그들은 누구이며, 무엇이 그들을 ‘더럽다’고 낙인찍었는가? 어떻게 그들은 대중의 시선 너머에 방치되었는가? 미국의 탐사보도 전문기자이자 “조지 오웰과 마사 겔혼을 잇는 작가”, 이얼 프레스는 바로 그런 질문들을 가지고 사회 뒤편의 장면들, 대중이 고개 돌린 채 알려고 하지 않는 ‘더러운’ 문제들로 끊임없이 우리의 시선을 돌려놓는다. 《더티 워크》는 교도소 정신병동·대규모 도살장·드론 전투기지처럼 사회의 뒤편으로 숨겨진 노동 현장부터 바다 위 시추선과 실리콘밸리의 첨단 테크기업에 이르기까지, 현대 사회 곳곳의 비윤리적이고 불결한 필수노동을 다룬다. 마치 거대한 실뭉치의 끝을 놓지 않고 풀어가는 것처럼, 저자는 르포르타주의 형식으로 낙인찍힌 노동자 ‘더티 워커’의 초상과 이를 감추는 권력의 그림자를 생생하고 집요하게 써내린다. 교도관·드론 조종사 등 노동자의 말에서 시작해 노동 환경에 대한 세밀한 묘사, 관련 전문가와의 인터뷰, 자료 조사와 문헌 연구를 촘촘히 덧붙임으로써 개인의 맥락을 사회적 의미로 확장시키며, 마침내 이러한 ‘더티 워크’가 결국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떠맡겨지는지 그 불평등한 구조를 드러낸다. 더티 워커의 공통된 문제적 양상은 비인간적인 산업 시스템, 지역 사회·정부의 겉핥기식 대응, 자본주의·소비자 사회의 과도한 이윤 추구 그리고 여기에 대중의 무관심이 합쳐지며 지속되고 심화된다. 정치철학자 마이클 샌델의 추천사를 빌리자면, 저자는 “우리가 다른 누군가에게 아웃소싱하는 더티 워크에 사실은 우리 모두가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 밝힘으로써 대중이 노동의 불평등을 생각해보도록 촉구한다.” 더 나아가, 더티 워크를 둘러싼 불평등 문제의 해결을 위해 사회공동체적 차원에서 노력해야 하는 이유를 강조하며, 타자화된 채 격리된 더티 워커를 사회 내부로 불러들이고 사회의 ‘더러운’ 구석구석을 함께 적극적으로 응시하기를 호소한다. 더티 워크 역시 보이지 않는 계약의 산물이다. 이 계약은 더티 워크를 용인하고 거기서 이익을 보는 사람들이 더티 워크에 대해 깊이 알 필요가 없도록 보장한다. 인종차별 계약과 마찬가지로 더티 워크의 계약은 공식 문서로 작성되지 않기 때문에 모르는 척하기 쉽다. 그뿐만 아니라 더티 워크가 눈에 띄거나 눈앞에 들이밀어질 때도 쉽게 다른 사람을 탓하거나 도저히 바꿀 수 없는 거대한 외부의 힘을 원인으로 들먹일 수 있다. 그러나 틀렸다. (…) 전쟁에서 어떻게 싸울 것인가부터 가장 취약한 시민을 어디에 감금할 것인가까지 모든 문제에 대해 우리가 내린 결정의 산물이다. 우리가 더티 워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우리 사회의 근간을 드러낸다. 우리의 가치관이 무엇인지, 우리가 어떤 사회질서를 무의식적으로 승인하는지, 그리고 우리가 타인에게 어떤 일을 시키고 있는지를 드러낸다._35~36쪽
저자
이얼 프레스
출판
한겨레출판사
출판일
2023.05.26

 

한줄평: 더 안전하고 보수가 높은 직업을 가지기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보다 모든 노동이 정당한 보수를 받고 안전한 환경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선량한 사람들’의 암묵적 동의에 기반한 노동으로, 그들은 사회질서 유지에 그 일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명시적으로는 그 일에 동의하지 않음으로써 만약의 경우에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 이런 일이 가능하려면 그 더티 워크를 다른 사람에게 위임해야 하는데, 이는 다른 누군가가 매일같이 고역을 치르리라는 것을 그들이 알고 위임한다는 듯이다.

 

 


 

 

신을 죽인 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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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인 여자들
보르헤스 이후 가장 많은 언어로 번역된 아르헨티나의 대표 작가 클라우디아 피녜이로의 대표작 《신을 죽인 여자들》이 푸른숲에서 출간되었다. 30년 전, 온몸이 토막 난 채 불에 탄 소녀를 둘러싼 비밀을 풀어나가는 이번 작품은 그해 가장 뛰어난 범죄소설에게 수여되는 대실해밋상을 만장일치로 수상하였다. 평론가들로부터 도스토옙스키, 레이먼드 카버와 비교되는 한편 “모든 것을 갖추고 있었다”는 극찬을 받았다. 또한 아마존 평점 4.4점, 굿리즈 평점 4.2점을 기록하는 등 독자들에게도 압도적인 호평을 받으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갖춘 작품임을 증명해냈다. 각자 다른 종교에 대한 신념으로 인해 붕괴되는 한 가족의 모습을 그린 《신을 죽인 여자들》은 클라우디아 피녜이로가 그간 천착해온 주제가 집대성되어 있는 작품이다. 사회의 압제가 여성을 어떻게 망가뜨리는지, 종교가 개인에게 어떤 합리화의 명분을 주는지, 맹목적 진실 추구가 어떤 결과를 낳는지 등 거장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범죄 소설의 한계를 넘어 한 정점에 오른 걸작을 지금 확인해보자.
저자
클라우디아 피녜이로
출판
푸른숲
출판일
2023.12.15

 

한줄평: 초반에는 음산한 분위기와 어떤 증거도 찾을 수 없는 끔찍한 사건의 발생이 흥미로웠으나, 점차 사건의 전말이 쉽게 예측되기 시작하면서 루즈해졌다.

어쩌면 살아 있는 사람을 보고 싶어 하는 것이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을 그리워하는 것보다 더 이해하기 쉬울지도 모르겠다. 죽음은 체념을 요구하지만 떠나버린 이는 그렇지 않으니까.

 

 


 

 

화이트 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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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호스
2020 젊은작가상 대상을 수상한 소설가 강화길의 두번째 소설집『화이트 호스』. 작가는 긴장감 넘치는 서사 속에 여성에게 가해지는 혐오와 폭력의 문제를 절묘하게 녹여내며 다른 누구도 아닌 강화길만이 쓸 수 있는 작품을 선보여왔다. 이제 강화길은 여성의 신체에 가해지는 위협뿐만 아니라 소문과 험담, 부당한 인식과 관습처럼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여성을 교묘하게 억압하는 거대한 구조를 파헤친다. 마치 유령처럼 설핏 드러났다가 모습을 감추는 이러한 구조를 강화길의 인물들이 감지하는 순간, 지금까지와는 다른 질감의 서스펜스가 펼쳐지기 시작한다. 이 소설집의 표제작 「화이트 호스White Horse」에서 강화길은 여성을 구속하는 말들을 자신만의 의미로 다시 쓰겠다는 작가로서의 다짐을 드러낸다. ‘백마 탄 왕자’를 연상시키는 이 단편의 제목은 G. K. 체스터턴의 시집에 등장하는 시어이자, 밥 딜런과 테일러 스위프트가 자신의 음악에 활용한 상징이기도 하다. 이 단어가 강화길 소설에 이르러서는 어떤 의미로 변모할까. 자신만이 쓸 수 있는 소설을 완성하기 위해 부단히 자기 갱신한 끝에 한국 여성 스릴러를 대표하는 작가가 된 강화길의 다음 소설을 기대하게 만드는 단편이다.
저자
강화길
출판
문학동네
출판일
2020.06.12

 

한줄평: 여성을 중심으로 숨도 못 쉬게 몰아치는 스릴러는 긴장되고 두려운 한편 짜릿했다.

지우가 미아를 걱정하고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는 건 카밀라를 잊지 못하는 나를 들여다보는 일과 같았으므로, 내 몸에 스스로 뜨거운 물을 끼얹으며 화상을 입는 것과 비슷했다. 하지만 계속했다. 왜냐하면 나는 미아가 미웠으니까.

 

 




반란의 도시, 베를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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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란의 도시, 베를린
*북저널리즘은 북(book)과 저널리즘(journalism)의 합성어다. 우리가 지금, 깊이 읽어야 할 주제를 다룬다. 단순한 사실 전달을 넘어 새로운 관점과 해석을 제시하고 사유의 운동을 촉진한다. 현실과 밀착한 지식, 지혜로운 정보를 지향한다. bookjournalism.com
저자
이계수
출판
스리체어스
출판일
2023.08.21

 

한줄평: 임대료 폭등에 대항하는 주택 점거 운동이라는 주제는 확실히 흥미로웠지만, 어려운 단어들과 역사 그리고 법 이야기의 향연으로 모든 챕터가 지루하고 어렵게 느껴졌다.

“저주인가 아니면 축복인가?” 분명한 것은 도시 정치와 도시법이 작동하지 않으면, 관광객을 불러 모으는 장소의 특별한 탁월성은 결코 축복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살고 싶은 도시는 순식간에 자본이 사고 싶은 도시로 변해 버린다.

 

 


 

 

다 똑같이 살 순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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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똑같이 살 순 없잖아
독립출판계를 흔들었던 〈저 청소일 하는데요?〉의 김예지 저자(필명 김가지)가 3년 만에 새로운 이야기를 들고 독자들을 찾아왔다. 전작이 20대 청년의 진로와 인생에 대한 고민이 담긴 책이었다면 〈다 똑같이 살 순 없잖아〉는 30대 청년이 가지고 있는 삶의 방향성과 부모로부터 완전한 독립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 더불어 청소일 동업자에서 사장과 직원 그리고 다시 엄마와 딸로 연결되는 공적이지만 지극히 사관적인 관계 속에서 ‘엄마’라는 이름의 인생 선배에게 배운 삶의 단단한 내공과 느낌을 글과 그림으로 엮어냈다. 단순한 모녀 관계를 넘어 ‘좋은 관계란 무엇일까?’에 대한 고찰을 김예지 작가 특유의 시선으로 그려낸 것이다. 청소일 동업자↔사장과 직원↔엄마와 딸 “정말 좋은 관계란 무엇일까?” ‘전지적 딸내미 시점’으로 그려 낸 슬기로운 모녀 생활 미대에서 서양학과를 전공하고 대기업에서 상품 스타일리스트로 일했던 저자는 돌연 회사를 그만두고 26살부터 일러스트 프리랜서로 활동을 시작한다. 하지만 프리랜서 활동은 쉽지 않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생계를 걱정하는 지경에 이른다. 텅 빈 통장을 보며 전전긍긍하는 그에게 청소일로 생계를 해결하고 남는 시간 동안 그림을 그리면 되지 않겠냐며 “너, 청소일 해보지 않을래?”라는 한마디를 던진 사람은 다름 엄마. 이에 저자는 깨끗한 사무실, 책상, 모니터와 키보드 대신 작업복, 장화, 청소 도구를 선택했고, 덕분에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며 살고 싶다는 소망을 이룰 수 있었다. 〈저 청소일 하는데요?〉 출간 후 ‘엄마가 먼저 청소일을 권했다’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큰 화제를 모았는데, 저자는 엄마가 권한 건 단순히 ‘청소일’이 아닌 ‘남과 똑같이 살지 않아도 된다’는 삶의 방식이었다고 이야기한다. “다 똑같이 살 수 없으니, 너 자신의 행복을 먼저 선택하라”는 엄마의 조언에 따라 그것대로 괜찮은 삶의 방식을 깨우친 것이다. 담대하지만 담담한, 단순하지만 단단한 용기가 필요한 세상 모든 청춘들에게 전하는 김예지 작가의 아주 유쾌한 응원! “엄마에게 배운 ‘그것대로 괜찮은 삶의 방식’을 여러 사람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모두 똑같이 살 순 없잖아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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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다크호스
출판일
2023.04.30

 

한줄평: 돈독한 관계 뒤에는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 그리고 오해를 만들지 않는 솔직한 대화가 존재한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어린 시절 엄마의 사랑을 확실하게 확인했던 방법이 무리하는 마음이었기에, 나도 가끔은 그런 방식으로 엄마에게 사랑을 표현하고 싶다. 사랑하지 않으면 절대 그 누구도 무리하지 않는다는 걸 이제 알기에… 엄마에게는 늘 조금 무리하고 싶다.

 

 


 

 

일을 잘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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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잘한다는 것
흔히 ‘일을 잘한다’고 여겨지는 이들은 어떤 사람이며, ‘일을 잘한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어떤 능력을 말하는가? 베스트셀러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의 저자 야마구치 슈와 일본 최고의 경쟁전략 전문가 구스노키 겐이 모두가 인정하는 ‘일 잘하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특별한 업무 비결을 한 권의 책으로 정리했다. 이 책은 그들이 어떻게 일을 바라보고 생각을 움직이는가, 자신의 업무를 반드시 탁월한 성과로 연결해내는 남다른 일의 공식을 배우고 익히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저자들은 일을 잘하는 사람의 특성과 평범한 사람들의 업무 방식을 비교해 보여주며, 우리가 업무 능력을 한 차원 높이기 위해서는 어떤 접근 방식을 취해야 하는지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가장 효율적인 업무 방식이라고 생각하는 것들 중 상당수는 일을 잘하는 사람들의 방법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이 흥미롭다. 또한 넷플릭스와 어도비, 레고, IBM, 맥도날드, 산토리, 혼다 등 다양한 글로벌 기업의 잘 알려지지 않았던 흥미로운 사례들이 두 저자의 재치 있는 입담을 통해 책의 시작부터 끝까지 펼쳐지며, 유명 기업들의 성공 스토리 이면에 숨어 있는 ‘진짜 일 제대로 하는 사람들이 성과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엿볼 수 있다. 지금 자신의 업무 능력이 평균값이라고 생각된다면, 반드시 놓쳐서는 안 될 책이다.
저자
구스노키 겐, 야마구치 슈
출판
리더스북
출판일
2021.01.18

 

한줄평: 이 책은 껍데기에 신경 쓰는 개인이 스스로를 경계하고 핵심에 집중하게 만들어 준다.

영어를 잘한다거나 프로그래밍을 잘한다는 것은 가치가 있습니다. 나아가 무엇을 위해서 그 기술이 필요한지, 어떤 성과와 결과로 연결되는지가 중요합니다. 그러나 목적을 잊고 기술 단련에만 집중하는 경우가 많죠. 기술이 향상되면 성취감이 있으니 그날의 불안이 해소되는 겁니다.

 

 


 

 

그 길로 갈 바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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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길로 갈 바엔
『여자력女自力』으로 첫번째 단행본을 선보였던 젊은 만화가 테마단편집 시리즈의 두번째 이야기가 돌아왔다. 두번째 단행본의 주제는 ‘일탈’과 ‘땡땡이’. 가보지 않은 길로 내딛는 한 걸음, 작은 세계와 일상을 벗어나는 한 걸음들이 모여 도착한 곳은 어디일까? 쉬운 길도 헤매는 세상 속에서 늘 가던 뻔하고, 쉽고, 빠른 ‘그 길’로 가지 않은 다섯 주인공들. 경쾌하고 대담한 발걸음으로 조금은 돌아가기를 택한 그들의 유쾌하고 신비로운 여정을 따라가보자. 작년 첫 번째 단행본 『여자력女自力』으로 시작한 젊은 만화가 테마단편집은 출판만화의 진흥과 단편만화의 매력을 추구하는 시리즈다. 웹툰이 장편 대서사시, 화려한 풀컬러, 끝없는 스크롤 등 무한한 자유와 대규모의 세계를 자랑한다면 테마단편집의 출판만화들은 ‘한정된 세계’ 속에서 가능한 또다른 재미와 감동을 만든다. 50~70페이지 내외의 짧은 스토리, 흑과 백, 148*210mm의 판형. 분량부터 크기까지 정해진 세계 속에서 오히려 창작자들은 눈부신 상상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자신하는 이야기라면 더욱 능란하게, 새로운 이야기라면 더욱 과감하게. 이처럼 보석 같은 단편을 모은 테마단편집 시리즈가 흥미로운 테마, 새로운 만화가들과 함께 돌아왔다. ‘초능력’이 테마였던 『여자력女自力』에 이어 두번째 단행본의 테마는 ‘일탈’. 굴지의 명작, 웹툰 〈연민의 굴레〉의 재활용 작가는 노련한 개그로 형제자매의 땡땡이를 그렸다. 오빠의 이별 통보를 대신 전달하러 나선 도경과 언니를 향한 일방적인 이별 통보를 받아들일 수 없는 동생 성하가 언니와 오빠를 대신하여 좌충우돌 이별가를 부른다. 『언럭키 맨션』 『죽여주는 복수선언』 『전야제』로 장르를 불문하고 다수의 작품을 그려온 약국 작가는 ‘아버지의 장례식장을 탈출한 K-장녀’라는 이야기를 선보인다. 이번 단편을 통해 스토리는 물론 캐릭터의 외형 등까지 새로움에 도전했다. 웹툰 〈짝사랑 동아리〉와 각종 단편, 패션 컬래버레이션 일러스트 등 다방면으로 활동하는 서글 작가는 기묘한 능력을 가진 무녀와 그의 동생의 탈출기를 그렸다. 특정한 개념이나 사물 등을 의인화하는 단편만화로 유명한 각종모에화 작가는 ‘꿈’과 ‘우울’을 의인화한 단편만화로 삶의 진실을 엿볼 수 있는 이야기를 준비했다. 올해 봄 『안녕이 오고 있어』로 사랑받은 하양지 작가는 특유의 문학적 감성으로 도시 탐방기를 그렸다. 늘 지나쳐오기만 했던,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로 나선 주인공이 만난 낯선 풍경들은 우리를 새로운 세계로 데려다준다. 저마다의 다섯 이야기를 묶은 단행본의 제목은 『그 길로 갈 바엔』. 가보지 않은 길로 내딛는 한 걸음, 작은 세계와 일상을 벗어나는 한 걸음. 그 경쾌하고 대담한 걸음들이 모여 도착한 곳은 어디일까? 쉬운 길도 헤매는 세상 속에서 늘 가던 뻔하고, 쉽고, 빠른 ‘그 길’로 가지 않고 조금은 돌아가기를 택한 그들의 여정을 따라가보자.
저자
재활용, 약국, 서글, 각종모에화, 하양지
출판
문학동네
출판일
2022.10.13

 

한줄평: 색 없이도, 움직임 없이도 다채롭고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가 전달된다는 게 흑백 만화의 매력 같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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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사소한 것들
* 문학평론가 신형철, 르포작가 은유 추천 * 2022 오웰상 소설 부문 수상 * 킬리언 머피 주연·제작 영화화 2023년 4월 국내에 처음 소개된 『맡겨진 소녀』로 국내 문인들과 문학 독자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은 클레어 키건의 대표작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 다산책방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작가가 전작 『맡겨진 소녀』 이후 11년 만에 세상에 내놓은 소설로, 자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거장의 반열에 오른 키건에게 미국을 넘어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준 작품이다. 2022년 부커상 최종후보에 오르고, 같은 해 오웰상(소설 부문), 케리그룹 문학상 등 유수의 문학상을 휩쓸었으며, 특히 부커상 심사위원회는 “아름답고 명료하며 실리적인 소설”이라는 평을 보내며 이 소설이 키건의 정수가 담긴 작품임을 알렸다. 전 세계 독자들의 사랑과 언론의 호평을 받으며 베스트셀러에 오른 이 책은, 자신이 속한 사회 공동체의 은밀한 공모를 발견하고 자칫 모든 걸 잃을 수 있는 선택 앞에서 고뇌하는 한 남자의 내면을 그린 작품이다. 키건 특유의 섬세한 관찰과 정교한 문체로 한 인간의 도덕적 동요와 내적 갈등, 실존적 고민을 치밀하게 담아냈다. 저자의 열렬한 팬으로 유명한 아일랜드 출신의 배우 킬리언 머피는 직접 제작과 주연을 맡아 이 소설을 영화로 만들고 있으며 현재 모든 촬영을 마친 상태이다.
저자
클레어 키건
출판
다산책방
출판일
2023.11.27

 

한줄평: 아주 멋지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소설이라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느낀 커다란 감동까지는 느끼기 어려웠다. 

문득 서로 돕지 않는다면 삶에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를 기르는 법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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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를 기르는 법 1
김정연 만화 『혼자를 기르는 법』제1권. 서울에서 혼자 살아가는 20대 사회초년생 여성의 삶을 가감없이 그려낸 작품이다. ‘혼밥’, '혼술‘이 더 이상 별난 일이 아닌 동시대 1인가구의 삶을 뛰어난 감각으로 정확하게 포착해내는 작가는 도전 웹툰 때부터 독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2016년 ’오늘의 우리 만화상‘까지 수상하였다. 능숙한 연출, 유려한 문장, 절제된 형식미, 동시대적 감각으로 지금 웹툰계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작품이자, 현재적인 만화로 자리잡았다. 이 책은 2015년 12월부터 다음 웹툰에서 연재한 시즌1, 2를 책 형식에 맞게 새로 다듬는 동시에, 연재 때 공개되지 않았던 특별 만화까지 수록하고 있다. 이십대 후반의 직장 여성‘이시다’. 그녀는 서울의 좁은 원룸에 살면서 친구가 떠넘긴 햄스터 '쥐윤발'을 키우게 된다. 그 후 소동물 사육에 입문하며 동네 주민 오해수와 친구가 되고, 소동물 사육에 대한 이야기는 도시 속 개인들로 확장된다. 120리터짜리 리빙박스의 햄스터, 테이크아웃 커피컵에 담겨 팔리는 물고기, 한두평 남짓한 고시원의 인간은 얼마나 다를까.
저자
김정연
출판
창비
출판일
2017.02.07

 

한줄평: 20대 후반의 여성이자 노동 시간이 긴 직업인으로서, 그리고 독립을 앞둔 사람으로서 재밌게 읽었다. 

어릴 때 놀러 갔던 강가에서 누군가 이렇게 말했던 게 기억납니다.
‘이야, 물 반 고기 반이다…’
아마 그건 조황에 대한 낚시꾼 최대의 찬사였겠죠.
하지만 과밀 상태가 된 시클리드들은 자신의 영역을 위한 싸움이 더 이상 소용없단 걸 알게 됩니다. 그건 어떤 걸 포기하게 되는 밀도죠.

 

 


 

 

인문잡지 한편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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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회원국 중 가장 오래 일하고 가장 적게 자는 나라 대한민국. 특별한 체험을 선사하는 여가 상품과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갓생 지침서'가 넘쳐나는 가운데, 쉼은 각자의 취향과 성향이 반영된 또 다른 삶의 영역이다. 요즘 사람들은 어떻게 쉬고 있을까? 나에게 가장 잘 맞는 쉼의 형태는 무엇일까? 활기참과 고요함의 모습을 탐구하는 한편의 쉼 가이드.
저자
하미나, 김진영, 소영광, 연어, 채효정, 이정화
출판
민음사
출판일
2024.05.24

 

한줄평: 일상적인 영역에서의 쉼에 대한 이야기가 부족한 것 같아 아쉽지만, ‘쉼’에 대한 다양한 관점과 생각을 알 수 있는 점은 재밌었다.

텅 빈 시간, 텅 빈 일정, 텅 빈 머리, 텅 빈 대화. 이런 것들을 감당하기란 쉽지 않다. 비어있는 공간에서 우리는 자기 자신과 마주쳐야 하는데 그렇게 마주친 자신의 존재를 감당하는 일이란…… 정말이지 끔찍하다. 그것이 너무나 어려운 나머지 우리는 해야 할 일을 만들고, 쓸데없는 말로 침묵을 채우고, 사람과 사건에 대한 이론을 계속해서 생성해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