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3분기에는 총 7권의 책을 읽었다.
장르별로 분류해 보면 에세이 4권, 사회/정치 1권, 소설 1권, 시 1권을 읽었다.
그 어떤 텍스트에도 집중하기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개인적인 일들로 바쁘기도 했고, 뇌가 녹아내릴 듯한 짧고 가벼운 콘텐츠만 보다 보니 긴 호흡의 글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산만한 하루 속에서, 그럼에도 시간을 내 읽은 책들은 대부분 에세이다. 생각과 경험을 글로 옮기는 연습을 하며, 타인의 내밀하고 솔직한 이야기들이 큰 도움이 됐다. 특히 황정은 작가의 '일기'는 올해 읽은 에세이 중 가장 보석 같은 책이다.
어린이라는 세계
★ ★ ★
- 저자
- 김소영
- 출판
- 사계절
- 출판일
- 2020.11.16
한줄평: 낯설지만 쉬운 실천들이 어린이에게는 긍정적인 경험으로 남아 또 다른 어린이에게 이어질 수 있다.
나도 그렇지만 가끔은 어린이를 조금 놀려도 될 것 같은 기분도 든다. ‘무지’에서 비롯된 일이니까 잘 알려 주기만 하면 오해는 금방 풀리고, 어린이도 같이 웃을 수 있을 것만 같은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어린이 입장에서는 문제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그건 오해였어” “장난친 거야”라는 말을 하는 쪽과 듣는 쪽의 심정이 얼마나 다른지 아무리 무심한 어른이라도 상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집 안의 천사 죽이기
★ ★ ★ ★
- 저자
- 버지니아 울프
- 출판
- 열린책들
- 출판일
- 2022.06.10
한줄평: 버지니아 울프의 문장은 통찰력과 사유에 감탄하는 한편 어렵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인생의 시간은 제한된 것인데, 대체 왜 그 한 시간을 강연을 듣느라 낭비하는 걸까요? 인쇄기가 발명된 지도 여러 세기가 지났는데, 대체 왜 그는 자기 강연을 말로 하는 대신 인쇄하지 않은 걸까요? 그랬더라면, 겨울에는 난롯가에서, 여름에는 사과나무 아래서, 읽고 생각하고 이야기할 수 있을 텐데요.
전세 지옥
★ ★ ★
- 저자
- 최지수
- 출판
- 세종서적
- 출판일
- 2023.10.25
한줄평: 끊임없이 몰아치는 현실적인 재난들이 남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내 전세금 5,800만 원은 그냥 5,800만 원이 아니다. 가진 자들 입장에서는 껌 값이겠지만 나에게는 미래와 꿈과 지금까지 흘린 땀 그 자체였다. 전세 사기로 잃든 보이스 피싱으로 날리든, 인생 공부한 셈치고 잊어버릴 수 있는 금액이 아니었다.
단어의 집
★ ★ ★
- 저자
- 안희연
- 출판
- 한겨레출판사
- 출판일
- 2021.11.24
한줄평: 글의 흐름이 주제와 관계없는 방향으로 벗어나도 이를 제재하지 않고 흘러가는 대로 쓰는 점이 인상 깊었다.
한 줄만으로도 알 수 있다. 한 줄의 문장에는 그 문장을 쓴 이의 가치관, 세계에 대한 이해, 감정, 습관과 한계, 그 모든 것이 담기니까.
마음에 없는 소리
★ ★ ★
- 저자
- 김지연
- 출판
- 문학동네
- 출판일
- 2022.03.10
한줄평: ‘사랑하는 일’이 좋았다. 현실적이면서도 비현실적이면서도 유쾌한 이 이야기가 좋았다.
고맙다는 말을 하고 나니 더욱 그랬다. 곱씹을수록 단맛이 배어나는 쌀알처럼 그 마음은 점점 진해졌다. 진심이라는 건 형식에 뒤따르기도 하는 법이니까. 고마운 마음이 뒤늦게 다시 밀려왔다.
일기
★ ★ ★ ★
- 저자
- 황정은
- 출판
- 창비
- 출판일
- 2021.10.18
한줄평: 문장을 참 잘 쓴다는 감상과 동시에 문득 이 문장들은 아름답다는 말로 표현하기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늘 그것을 되새기며 산다는 이야기가 아니고 마음이나 생각 깊은 곳에서 지울 수 없어 지문처럼 그것을 지니고 있다는 이야기다.
사랑에 대답하는 시
★ ★ ★
- 저자
- 강혜빈, 구현우, 김선오, 김승일, 목정원, 임유영
- 출판
- 아침달
- 출판일
- 2021.12.17
한줄평: 시에는 다양한 형태가 있음을, 모든 단어와 문장을 이해할 필요는 없음을 배우고 느끼는 독서였다.
사랑하는 누군가가 죽을 때 우리의 일부도 죽는다. 끝끝내 알지 못하게 된 어떤 사실과 함께 물을 수도 없고 들을 수도 없는 어떤 말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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