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4분기에는 총 17권의 책을 읽었다.
장르별로 분류해 보면 에세이 4권, 사회/정치 4권, 소설 4권, 인문 2권, 예술/대중문화 1권, 만화 1권, 경제/경영 1권을 읽었다.
4분기는 책을 가장 다양하게 많이 읽은 시기이기도 하지만, 중독과 관련된 책을 열심히 찾아 읽은 시기이기도 하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모든 기력을 빼앗긴 듯이 침대에 누워 SNS를 사용하기 위한 손가락만 움직였다. 그렇게 릴스와 숏츠를 끊임없이 시청하면서 어느 것에도 집중하기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숏폼으로 인한 집중력 저하가 일상적인 활동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왜 이런 상황에 처했는지를 고민하는 동시에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을 찾게 됐다. 이러한 노력의 흔적들이 독서 리스트에 고스란히 남게 된 것 같다. 참고로, 도둑맞은 집중력을 읽은 이후에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앱을 지우고 나서야 숏폼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있다.
드링킹
★ ★ ★
한줄평: 알코올이 한 여성의 인생을 어느 정도로 망칠 수 있는지 아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술은 넓게 말하자면 그런 내 생애의 조각들을 다시 서술할 수 있게 해주었다. 술을 통해 나는 어린 시절에 느낀 수많은 혼란을 다시 살펴볼 수 있었다. 다시 한번 간단한 수학이 동원된다. 나는 혼란스러운 집안에서 자랐고, 술을 마셔서 그 혼란을 물리쳤다. 술은 내가 내적인 인생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가장 손쉬운 출구였다.
나는 왜 이렇게 웃긴가
★ ★ ★
한줄평: 재밌는 이야기는 진짜 재밌게, 괴로운 이야기는 마음에 확 와닿게 풀어내는 능력이 부럽다.
하지만 가상도로는 다르다. 진짜 도로 위 유약한 필멸자들이 ‘목숨 부지’를 위해 이 악물고 서로를 참아주고 있다면, 가상도로 속 불멸자들에게 그런 인내심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무리 가벼운 일탈이라도 순식간에 상황은 극단적으로 치닫는다.
성적표의 김민영
★ ★ ★
한줄평: 작가들의 감상평과 감독의 인터뷰가 포함되어 있어 다 읽고 나면 GV에 참여한 기분이 든다.
‘서운함’이란 결국엔 내가 그 친구를 좋아하는 마음의 크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 새삼 소중한 감정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서운함’에 대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어.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 ★ ★ ★
한줄평: 내 마음속에 희미한 형태로 자리 잡고 있는 감정과 생각들을 명료한 문장으로 만날 수 있어 좋았다.
내 일은 나 대신 누군가 할 수 있어도, 내 삶은 누가 대신 살아줄 수 없다는 당연한 사실. 대체 가능한 노동자인 내가 대체 불가능한 유일한 곳은 오직 내 삶의 자리라는 것.
비생산적인 생산의 시간
★ ★ ★ ★
한줄평: 결과가 나오지 않아도 시도와 경험은 나의 몸을 떠나지 않고, 언젠가의 쓸모를 찾아 웅크리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들은 이미 극대화된 불규칙한 유동성을 감수하기로 마음먹고 영화판에 진입했기에, 육지에서 서 있다가 배를 타기로 결정한 사람들과 같다. 배에 오르기 전 육지에서 배가 풍랑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면 불안해지고 겁을 먹게 된다. 하지만 실제 배에 오르면 흔들리는 상태가 기본 값이다. 항상 흔들리고 있기에 그 흔들림에 둔감해진다. 이들에게 이제 흔들리지 않는 상황은 포기한 옵션이다.
엄마가 죽어서 참 다행이야
★ ★ ★ ★
한줄평: 개인적으로 제넷이 직접적으로 학대받는 유년 시절보다 성인이 된 이후 주체적인 삶과 엄마의 망령 사이에서 위태롭게 흔들리는 이야기가 더 읽기 힘들었다.
우리는 왜 죽은 사람들을 미화할까? 그들에 대해서 왜 솔직하게 말하지 못할까? 특히나 엄마에 대해서는 왜 이렇게 낭만적으로 미화할까?
인생샷 뒤의 여자들
★ ★ ★ ★ ★
한줄평: 여성이란 이토록 다채롭고 복잡한 존재인데, 단순하게 바라보고 평가하는 말들에 여성들이 고통받고 괴로워한다는 사실이 슬프다.
자신도 비슷한 콘셉트를 기획해 사진을 찍으러 왔지만 관찰자의 입장에서 보니 너무 낯설었다는 것이다. 자신을 차별화하고자 했던 여성들은 결국 여성에 대한 가장 전형적인 이미지로 자신을 표현하게 된다.
이어달리기
★ ★ ★ ★
한줄평: 읽는 내내 마음이 따뜻해지고 기분이 좋아지는 소설이다.
마음에 꼭 드는 것들로만 집을 채우고 싶었다. 침대를 살 때까지 한 달 가까이 맨바닥에 겨울 외투를 깔고 잠을 잤다. 조명을 바꾸고, 주방 타일을 새로 붙였다. 커튼을 주문 제작 했다. 티스푼 하나, 수건 한 장 허투루 사지 않았다. 봄에 이사를 해서 여름, 가을, 겨울이 지나는 동안 집은 점점 아늑해졌다.
음식 중독
★ ★ ★
한줄평: 덜 건강한 음식을 더 많이 먹도록 종용하는 환경 속에서 개인의 노력은 실패에 다다를 수밖에 없겠구나 싶었다.
우리는 먹고 싶은 것을 먹기보다 우리가 먹고 있는 것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즉 새로운 식습관을 형성하면 좋아하는 음식을 우리가 직접 결정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제 잘 알다시피 우리가 먹는 것을 바꾸면 식품 기업들도 자신들의 제품을 다시 찾게 하기 위해 제품을 바꾼다.
우리는 중독을 사랑해
★ ★ ★ ★
한줄평: 한국의 젊은 세대들이 플랫폼을 향유하는 방식과 배경에 대해 ‘중독’의 관점에서 분석한 책
갓생을 위해 커피를 마시는 일 하나에도, 점심을 먹을 때도, 심지어 취미를 즐기거나 휴식할 때조차 끊임없이 생산성과 쓸모를 생각하는 습관 탓에 진짜 삶을 산다는 감각과 점점 멀어지고 있다. 신에게도 안식일은 있었는데 말이다.
자기계발의 말들
★ ★ ★
한줄평: 곁에 두고 무기력하거나 마음이 불안해질 때마다 꺼내 읽고 싶은 책
'아무도 알아봐 주지 않으면 어쩌지?'라는 조바심은 사라졌다. 좋은 것은 어떻게든 알려진다. 그러니 쓸데없는 조바심을 버리고 차분히 나에게 집중하여, 착실하고 조용하게 좋은 것을 차곡차곡 쌓아 가면 된다.
나는 지금도 거기 있어
★ ★ ★
한줄평: 읽는 내내 술술 읽히면서도 문장 하나하나가 섬세하고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도 꽤 오랫동안 이 잔상과 살아가게 될 것 같았다. 그러나 이제는 헤어지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이미 헤어졌으니까. 이별은 우주와 선미가 함께 만들어낸 축복이었다. 실패가 아닌 결실이었다. 기어이 같이, 해냈다. 우주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인생 박물관
★ ★
한줄평: 모든 이야기들이 탈무드와 우동 한 그릇 사이에서 펼쳐지는 옛날 스타일의 감동 서사 같았다.
도둑맞은 집중력
★ ★ ★ ★
한줄평: 이러한 과정을 나만 겪지 않았다는 사실은 작은 위로가 되지만, 이러한 경험이 보편적인 경험이라고 생각하면 충격적이다.
많은 사람이 소진될 때까지 일하는 데서 자기 정체성을 찾는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성공이라 칭한다. 갈수록 빨라지는 속도의 토대 위에 있는 문화에서 속도를 줄이기란 힘든 일이며, 우리 대다수가 그렇게 할 때 죄책감을 느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 모두 함께 사회·구조적 변화를 일으키는 일이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재윤의 삶
★ ★ ★ ★
한줄평: 특별한 기억과 감정만 꾸며내듯 기록한 삶보다 평범하지만 고유한 경험과 생각을 솔직하게 기록한 삶이 더 멋지게 느껴진다.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 ★ ★
한줄평: 이 책의 가장 좋은 점은 절망적인 경제 상황 속에서도 왜 더 나은 방향을 찾아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 제시해 준다는 점이다.
복지 국가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을 대비해 시민 모두가 공동 구매하는 사회 보장 상품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 ★
한줄평: 꽤 인상 깊게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다시 읽어 보니 불쾌하고 불친절한 소설이라는 감상만이 남는다.
사람을 기다리는 시간은 유쾌하다. 그 시간 동안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다. 책을 읽어도 되고 지나가는 사람을 구경해도 재미있다. 적어도 그 시간만큼은 어떤 부채의식에도 시달리지 않을 수 있다. 뭔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자유롭다. 반대로 누군가를 기다리게 하는 일은 불쾌하다. 그 시간은 시간을 조급하고 비굴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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