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두 번
작가 : 김멜라
별점 : ★ ★ ★ ★
김멜라 작가의 '저녁놀'을 읽고, 여기저기 긍정적인 감상평을 이야기하고 다녔을 때 추천받았던 책이다. 저녁놀과 같이 정상성으로 이루어진 사회에서 소외된 존재들을 이야기하는 점이 인상 깊었다.
어떤 소설은 새로운 형식이 좋았고(적어도 두 번), 어떤 소설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성이 좋았다(물질계). 주제를 직시하기 위한 폭력성이 노출되면서 읽기 힘든 작품(홍이)도 있었다. 가장 좋았던 작품은 '물질계'인데, 언제나 정상성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해석되는 사주와 동성애의 연결성이 매끄럽고 참신했다. 물질계의 마지막 문장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만약 누군가 제가 한 인용의 거짓을 밝히려면 도스토옙스키가 쓴 글을 전부 읽어야 할 테죠. 하지만 누구도 그런 수고를 들이지 않을 겁니다. 그것이 제 거짓의 근거입니다. 사람들의 무관심과 게으름.
레사는 사주팔자 명리학은 자기에게 적용하는 성찰이고 수양이지, 남에게 악담을 퍼붓는 게 아니라고 했다. 하루하루 충실하게 살면, 그게 모여 사주팔자가 된다고. 아침에 해가 뜨고 저녁에 해가 지고, 봄에는 꽃이 피고 겨울에는 눈이 오고, 그렇게 음과 양, 빛과 어둠을 받아들이고, 받아들이고,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그러니까 운이 좋고 싶으면 밥 잘 먹고 잠 잘 자고, 어디 가서 신발 벗으면 뒤축을 가지런히 모아놓고, 귀찮아도 양치질하고 자고. 무엇보다 남이 나에게 해주길 바라는 것을 내가 남에게 해주고.
나는 이미 죽고 나의 찌꺼기들이 책상에 앉아 무언가를 연기했다. 무엇을 연기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나는 결말이 정해진 드라마의 단역 배우였고 내 역할은 오직 다른 이의 기쁨을 위한 경쟁률의 오른쪽 숫자였다.
'👁🗨 CULTURE > 📍 book'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독서] 진화된 마케팅 그로스 해킹 (1) | 2024.02.08 |
---|---|
[독서] 23년 4분기에 읽은 책 (2) | 2024.01.11 |
[독서] 데이터는 어떻게 인생의 무기가 되는가 (2) | 2023.10.21 |
[독서] 23년 3분기에 읽은 책 (3) | 2023.10.20 |
[독서] 23년 2분기에 읽은 책 (0) | 2023.08.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