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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일기] 1. 내가 퇴사를 결심한 이유

나무울 2023. 7. 10. 22:53

 
 
 
결심했다! 퇴사하기로!
 

 
 
회사에 다니는 내내 아주 작은 크기로 둥둥 떠다니던 '퇴사'라는 생각이, 최근 한 달 동안 무서울 정도로 몸집을 키웠다. 일하는 시간이 답답하게 느껴졌고, 정체되어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직무는 잘 맞았고, 직장 동료와도 아무런 문제없었고, 처우에 대한 불만도 없었다. 하지만 퇴사하고 싶었다. 그래서 몇 주 동안 내가 왜 이런 생각과 기분이 드는지 고민해 보았다. 결론은 다음과 같다. 직무는 잘 맞지만, 현재의 업무는 잘 맞지 않는다.
 
결론은 작년 여름의 고민과 맞닿아있었다. 작년 여름의 나는 당시 업무에 성장을 느끼기 어려웠고, 강한 퇴사 욕구를 느꼈다. 팀장님과의 면담을 통해 팀을 이동하고 새로운 TF에 소속되면서 새로운 업무가 주는 낯섦으로 몇 달을 견딜 수 있었지만, 근본적인 욕구는 해결되지 않았고 같은 고민과 상황을 반복하게 된 것이다.
 
'경기가 좋지 않으니 반드시 환승이직을 해야 한다', '만 3년은 채워야 이직하기 편하다' 등 현실적인 조언들에 불안함이 몰려와 퇴사 욕구를 접어보려고 했지만, 두 가지 사건을 통해 결정을 서두르게 됐다. 
 
평소 즐겨 듣는 팟캐스트에서 '1만 시간의 법칙'이 언급됐다.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 1만 시간이 필요하다는 개념으로, 매일 3시간씩 훈련한다면 약 10년이 소요되는 법칙이다. 최근 이 주장이 틀렸다는 의견도 등장하고 있는데, 어쨌거나 1만 시간을 한 분야에 쏟는다면 그 분야에서 만큼은 유의미한 결과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 법칙에 하루 중 가장 오랜 시간을 쏟는 '일'을 대입해 보았다. 하루 8시간씩 주 5일을 일한다고 하면, 1만 시간을 채우기까지 총 250주가 필요하다. 1달이 4주라고 생각하면 62달, 약 5년 하고 2개월이다. 그리고 나는 현재 2년 9개월을 일했다.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았다. '지금과 동일한 방식으로 계속 일을 한다고 생각했을 때, 2년 5개월 후의 나는 최소한 퍼포먼스 마케팅에서 만큼은 전문가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나의 답은 '아니다'였다. 질문의 답을 내리는 순간부터 업무적 성장 없이 일하는 시간만 즉 연차만 쌓이는 게 싫다는 생각이 들었다. 1만 시간이 채워지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업무적으로 성장을 경험할 수 있는 환경으로 이동하고 싶었다.
 
성장을 느끼기 어려운 환경에서 야근과 주말 근무까지 반복되다 보니 건강 역시 빠르게 악화됐다. 다양한 몸의 신호들을,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다 이렇게 살고 있다며 무시했다. 그리고 여느 때와 같이 오전 업무를 처리하는데, 귀에 삐이-하고 이명이 울렸다. 평소에도 종종 이명이 들렸지만 그날의 이명은 유독 또렷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고, 곧바로 팀장님과 면담을 진행했다. 그동안 가져왔던 생각을 여러 번 솔직하게 말씀드렸기 때문에 나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해 주셨다. 
 
퇴사까지 앞으로 3주 정도 남았다. 나름대로 충분히 고민하고 내린 결정이지만, 이동할 회사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대책 없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당장은 공백기에 대한 불안함보다 퇴사 이후의 생활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크다. 하루빨리 나 자신과 일에 대해 밀도 있게 고민하고 기록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