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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일기] 2. 퇴사 후에 하고 싶은 일들

나무울 2023. 7. 16. 16:29

 
 
퇴사 2주 전!

 
여름이 되면 생각나는 드라마가 있다. 일본 드라마 '나기의 휴식'이다. 줄거리를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주인공 나기가 과호흡을 계기로 새로운 인생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 내용'이다. 드라마 초반에 퇴사 후 시골로 내려온 나기가 도서관에 앉아 위시리스트를 작성하는데, 밖이 어두워질 때까지 단 한 문장도 쓰지 못하는 장면이 나온다.
 

시간은 잔뜩 있으니까 나를 천천히 들여다보자. 앞으로 하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아무것도 안 떠올라!

 
퇴사를 결심하고 드라마 속 장면이 불현듯 떠올랐다. 아무런 대책 없이 시간의 자유 속에 던져졌을 때, 나 역시 혼란을 느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24시간을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시기는 자주 찾아오지 않을 텐데, 일생에 몇 없을 소중한 시간을 헛되이 보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퇴사 후 하고 싶은 일들과 이유를 정리해 보기로 했다.
 


 
* 나를 돌보기 위한 일들은 분홍색으로, 커리어 계발을 위한 일들은 파란색으로 표기했다.

  1. '나'와 '직업'과 '일'에 대해 고민하고 기록하기
    회사에 다니면서 스스로에 대한 고민의 시간이 부족했던 것 같다.
    지금 나는 어떤 고민과 생각을 갖고 있는지 성찰하고 기록하고 싶다.

  2. '퍼포먼스 마케팅' 외에 하고 싶은 일 찾기
    최근에 본 면접에서 이런 질문을 받았다. 일 외에 몰입한 경험이 있나요?
    짧은 시간 동안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몰입의 경험이 떠오르지 않아 대답을 얼버무리게 됐다. 면접이 끝나고 회사로 복귀하는 내내 에어팟도 꽂지 않고 고민해 봤지만, 일 외에 몰입한 경험은 찾을 수 없었다.
    앞으로는 일이 내 모든 생활을 점령하지 않도록 퍼포먼스 마케팅 외에 하고 싶은 일을 찾아보려고 한다. 

  3. 커리어 플랜 수립하기
    AI 발전과 함께 퍼포먼스 마케팅의 짧은 수명을 실감하게 됐다. 5년 후 또는 10년 후, 퍼포먼스 마케팅의 미래가 그려지지 않았다.
    최대한 오래 일하고 싶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동시에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커리어 플랜을 수립하려고 한다.

  4. 주 3회 이상 운동하기 - 목표는 골격근량 23.5kg 초과
    쉬는 동안 몸에 근육을 가능한 많이 만들어두고 싶다.

  5. 주 1권 이상 독서하고 기록하기
    회사를 다니는 동안에도 독서만큼은 꾸준하게 실천했다.
    쉬는 동안에는 그동안 멀리했던 벽돌책들을 읽어보고 싶다.

  6. 주 1편 이상 영화 보고 기록하기
    짧고 자극적인 콘텐츠에 익숙해진 뇌에게 다시 길고 지루한 콘텐츠를 주입하고 싶다.
    나의 집 나간 집중력을 위해!

  7. 이력서 / 경력 기술서 / 노션 포트폴리오 업데이트하기
    이직을 위한 준비는 놓지 않으려고 한다.

  8. PPT 포트폴리오 구성하기
    아무리 노션 포트폴리오가 떠오른다 해도 결국 인사 담당자가 편리하게 볼 수 있는 자료는 PDF 형식으로 포트폴리오라는 생각이 들었다.

  9. 자격증 1개 취득하기 - ADsP 또는 SQLD
    공백기를 설명해 줄 수 있는 그리고 데이터 분석을 위한 노력을 직접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고 싶다.

  10. 주 1편 이상 티스토리 블로그에 글 쓰기 - 이직 준비기, 이직 성공기, 퇴사 일기 등
    글쓰기에 대한 공포증을 극복하고, 미래의 나를 위한 기록들을 남기고 싶다.

  11. 블로그에 업로드한 글 기반으로 브런치 도전하기
    이왕 열심히 쓴 글들을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봐줬으면 좋겠다는 욕망에서 기인했다.

  12. 매일 생산적인 활동하고 노션에 시간 기록하기 - Productivity Records
    매주 그리고 매달 내가 어느 정도의 시간을 생산적인 활동에 투입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졌다.

  13. 일주일 챌린지 진행하고 기록하기
    챌린지라고 해서 거창한 활동을 하는 건 아니고, 명상이나 외출 같이 부담은 없지만 나에게 도움 되는 활동들을 매일 실천하고 기록하려고 한다.
    뭐든 빨리 질리는 성격이라 기간을 한 달로 잡으면 금방 포기할 것 같아 일주일로 잡았다.

  14. 부산 여행 가서 바다 수영하기
    시간에 쫓기지 않는 여유로운 여름 여행을 다녀오고 싶다.

  15. 면접 경험  쌓기 - 잘되면 좋고, 안되면 말고
    사실 나는 취업 준비 기간이 길지 않고, 면접 경험 역시 적은 편이다. 다양한 업무를 경험하고 싶었기에 광고대행사를 선택했고, 광고대행사는 언제나 인력이 부족한 업종이었기에 어렵지 않게 취업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직은 달랐다. 회사 보는 눈이 높아졌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채용 절차가 아주 길고 복잡함을 체감하고 있는 요즘이다. 서류는 고쳐나갈 수 있다 해도 면접은 결국 준비와 경험의 싸움이라 생각한다. 가능한 많은 면접을 보며 경험을 쌓아가고 싶다.

  16. 직무 관련 공부하기 - 퍼포먼스 마케팅, CRM 마케팅, 그로스 마케팅, 데이터 분석 등
    실무에 대한 감각은 손을 놓는 순간 한없이 멀어질 수 있다.
    실무에 대한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나아가 더 '잘'하기 위해 공부해야만 한다.

  17. 평일 오전에 전시회 가기
    지난 3년 동안 한적한 환경에서의 전시 관람은 연차를 내야만 겨우 만끽할 수 있었던 귀중한 시간이었다.
    평일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만큼 평일 오전에 조용하고 여유롭게 전시를 관람하고 싶다.

  18. 뮤지컬 또는 연극 관람하기
    뮤지컬 또는 연극 관람은 나의 올해 목표 중 하나이다. 눈 깜빡할 새에 상반기가 지나간 만큼 하반기 역시 빠르게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
    보고 싶은 공연을 발견하면 곧장 예매하자!

 


 
하고 싶은 일들을 정리하고 보니 내가 퇴사 후에 갖고 싶었던 시간은 '휴식'보다 '고민과 발전을 위한 시간'이구나를 느꼈다. 8월에는 문화적으로 풍부한 일상을 보내며, 나 자신에 대해 깊이 있게 고민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 최근 퇴사를 앞두고 퇴사와 관련된 책을 읽으며 이런 문장을 만났다.
 

내 앞에 놓인 길을 그냥 가는 것과 잠깐 멈춰서 ‘어느 길로 갈까? 길 밖으로 가볼까?’ 고민하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지금은 막막하고 괴로울 수 있겠지만, 자발적 방황은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꿈틀대는 상태를 의미한다. 잠깐의 멈춤이 오히려 멋진 여정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그러니까 고민이 많아도 괜찮다. 나를 찾아가는 과정일 뿐이니까.

정혜윤, 퇴사는 여행 中

 
일을 멈추고 있는 시기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한 불안함이 생길 때는 이 문장을 반복적으로 읽으며, 지금의 멈춤이 나를 더 멋지게 만들어 줄거라고 다독여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