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한 가지 주제에 대해 짧지만 솔직한 글들을 기록해 보려고 한다.
세 번째 주제는 '옷'이다.
미니멀리즘을 접하며 웬만한 소비에는 흥미를 잃어버린 내가, 미련을 접지 못하는 유일한 영역이 바로 옷이다. 마음에 쏙 드는 옷을 발견하고, 구입하고, 입어보고, 외출하는 모든 과정이 너무 좋아서 옷을 향한 열망을 제거할 수가 없다. 하지만 수납장이 터지도록 꽉꽉 채워진 옷들과 풀 대신 의류를 씹는 공허한 눈의 소를 보면, 옷 소비를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옷 소비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
- 쇼핑 앱 삭제
: 가장 쉽고 간단하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사고 싶은 것도 없다. - 중고 거래 플랫폼을 활용한 옷 팔고 사기
: 옷을 파는 과정이 무척 수고롭다. 옷이 사고 싶을 때마다 이때의 기억을 떠올린다. - 의류비 예산 설정
: 연 또는 월 단위의 의류비 예산을 설정하고, 이를 초과하지 않는 방식이다. - 주기적인 옷 정리
: 내가 가진 옷의 양과 무게를 직접적으로 경험하고 나면 물욕이 확 떨어진다. - 있는 옷 잘 관리하기
: 옷 관리란 꽤 까다롭고 노력이 필요해서 더 이상 옷을 늘리고 싶지 않게 만들어준다. - 옷 빌려 입기
: 특별한 날에만 입을 법한 옷은 친구에게 빌려 입는다.
어떤 시도는 간단하면서 효과적이었고, 어떤 시도는 큰 스트레스를 주기도 했다. 옷 소비를 줄이면 내 삶이 쾌적해질 거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소비를 줄이기 위해 많은 에너지가 필요했다. 이게 맞나 하는 의문이 들지만, 몸과 정신이 수고로워지면서 옷을 구입할 때 신중해졌다.
옷이 옷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옷은 생산부터 관리 그리고 폐기까지 환경오염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심지어 입히지 않는 순간에는 집 한 곳에 자리 잡아 공간을 차지하며 (서울의 월세를 고려했을 때) 값비싼 보관 비용을 치르게 한다. 유행에 따라가지 않고, 나의 취향과 일치하는 동시에 착용감이 편한 옷들과 함께, 옷이 아닌 나의 공간을 넓혀가며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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